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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etc.

우리 가족의 카메라

나의 취미는 사진촬영 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 즈음...
 
어느날 문득...
 
'예전에 아버지가 쓰던 카메라는 뭐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집은 장사를 하기 때문에 쉬는 날이 없다.
 
요즘은 그나마 중간 중간 쉬는 날이 있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1년에 딱 이틀씩 두번을 쉬었다. (정확하게는 하루 반나절이다.)
 
설 당일, 뒷날 오전,
 
추석 당일, 뒷날 오전
 
그렇기 때문에 가족 나들이라는것은 가본적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가족사진도 없고,
 
카메라를 사용할 일도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어느날 학교에서는 숙제로 가족사진을 붙히고 가족소개를 해오라고 했다.
 
나는 집에 가서 사진이 모아져 있는 서랍을 열어 뒤졌다.
 
하지만 그 많은 사진 속에 우리 가족 세명이 모여있는 사진은 단 한장도 없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있긴했다. 단 한장. 내가 3살때 찍은...)
 
...
 
 
안방을 뒤져보니 속사케이스 안에 든 카메라가 나온다.
 
밖에는
 
三星
minolta
 
라고 적혀있고, 이놈을 열어보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Mionlta Hi-matic AF-D
 
바로 이놈이 나왔다.
 
아까 말했듯... 우리집은 카메라를 쓸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상태는 아주 좋았다.
 
속사케이스까지
 
요즘 말하는 소위 '민트급' 이다.
 
그러고 보니 필터도 없고, 렌즈캡도 없다.
 
그 시대에 아버지께서 필터를 사용하실리 만무하고...
 
그럼 렌즈캡은?
 
 
...
 
내 기억에 어렴풋이 기억나는 어느날이다.
 
내 기억에 아빠가 회사를 다니시던 시기는 얼마 안된다.
 
내가 기억이라고 가지고 있는 나이가 7살부터... 약 1년이다.
 
9살때 장사를 하기 시작했으니...
 
그러니 8살 정도인듯하다...
 
그날은 회사 야유회 같은 것을 갔다 왔었던것 같다.
 
그날 아버지는 기분좋게 술이 취해 있으셨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갈려고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아버지께서는 카메라를 내려놓으시고 친구분과 크게 떠들고 노신다...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신다
 
그리고 버스가 오고 아버지는 버스를 타시고...
 
나는 카메라를 얼른 챙겨 버스에 탔다.
 
...
 
 
내 기억속에 이날 집에 가서 케이스를 열었을 때 렌즈캡이 없었던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미놀타를 좋아한다.
 
소위 말하는 '뼈 속 까지 공돌이' 이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왠지모르게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부터 미놀타가 좋았다.
 
삼성이 미놀타랑 손잡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삼성이 미놀타 렌즈를 창고 개방 수준으로 처분할 때도 내게 돈이 없음을 한탄 했다.
 
그리고 소니가 미놀타를 인수하고, 미놀타가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 했을 때 나도 모를 허무함을 느꼈다.
 
지금도 미놀타의 마지막 역작인 @-7을 가슴에 담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카메라가 내게 미놀타라는 이름에
 
좋은 느낌을 갖게 해준것은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38mm 1:2.8


이게 뭘 뜻하는지 이제는 안다.


135 필름 포맷에, 38mm라는 화각을 가지며 조리개는 2.8 을 가지는 단렌즈이며, 필터구경은 46파이 이다.


아버지는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계셨을까?


아마 지금도 모르실것이다.


그럼 그 옛날에 아버지께서 찍은 사진이 내가 찍는 사진보다 더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모를일이다.



요즘 아버지가 힘들다고 하신다.


이번에는 아버지와 함께 등산이라도 하면서 이 카메라로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야겠다.


혹시 모른다. 이 카메라로 찍으면 사진이 잘 나오는 것일지도...


(물론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